7월 1주차 주간보고 드립니다 (vol.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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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폭염특보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주말입니다. 무더위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왔지만 내리쬐는 따가운 햇빛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저는 이마에 슬며시 맺히는 땀을 닦아내며 황선우 작가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가마~~~ 있으므 마, 한 개도 안 듭다."
황선우 작가가 나고 자란 경상도 남부 지역 사투리로, '가만히 있으면 하나도 안 덥다'는 뜻이라고 하지요.* 무더운 여름날에도 정신없이 뛰놀면서 틈틈이 덥다고 찡찡거리던 어린이, 저 같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서 주로 듣던 이야기입니다.
큰 컵에 물을 가득 담아 마신 뒤 거실 바닥에 미끄러지듯 눕습니다. 그러곤 바닥의 찬기로 열기가 남아 있는 몸을 차근히 식혀봅니다. 정말 가만히 있으면 하나도 안 덥구나, 잠시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 행복하다,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나고 어느덧 7월입니다. 퇴사원이 된 지는 4개월 차가 되었습니다. 어제 상반기 결산을 하며 톺아보니, 그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더라고요. 그 중 가장 행복한 변화는 이렇게 가마~~~이 누워 있는 동안에도 부채감이 없다는 점입니다.
전에도 게으름은 많이 피웠는데,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무언가에 빚진 마음이었거든요. 그러니 완벽하게 편한 마음으로 쉬어지지 않고, 쉬어도 쉬어도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5분만 더...' 하면서 계속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악순환이었어요. 이제는 바닥에 찬기가 가실 때 쯤 옆으로 뒹구르르 돌아 눕기를 한 두 번쯤 반복하면-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하는 마음이 먹어집니다.
무언가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어딘가에서 빌려온 시간도 아니고- 이 모든 시간이 오롯이 제 것이라는 생각이 가져다 준 변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하나도 안 덥다."
이제 저는 그런 말을 듣는 쪽이 아니라 하는 쪽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는 기쁨을 아는 어린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요.
*황선우/김혼비,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중에서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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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해음소 : 가지밥
열 번 이상 해 먹은 음식 레시피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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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가지를 수확한 기념으로, 가지밥을 해 먹었습니다. 가지는 물컹한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한 식재료지만,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오늘은 가지를 좋아하지 않는 구독자님들께도 가지밥을 슬쩍 권해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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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재료(2인 기준) : 쌀 1컵, 가지 1개, 양파 0.5개, 마늘 3알, 굴소스, 간장, 참기름
- 생략가능하지만 더하면 좋은 재료(양념장 재료) : 청양고추, 매실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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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을 씻고 물을 부어 밥할 준비를 합니다. 밥물은 평소의 3/2 정도로 적게 해요. 가지와 양파를 볶아 올리는데, 거기서 물이 많이 나오거든요. 오랜만에 가지밥을 한 저는 물 조절을 깜빡해서 진 가지밥을 먹었습니다.
- 양파 반 개는 채 썰어 준비하고, 마늘 3알은 다져 줍니다.
- 가지 1개를 적당한 크기(보통 가지무침 하는 정도)로 썰어 준비합니다.
- 기름을 둘러 달군 팬에 썬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갈색빛이 돌기 시작하면 가지를 넣고 함께 볶아요(양념장을 만드실 거라면 다진 마늘을 조금 남겨 두고요).
- 가지 숨이 죽으면 굴 소스 1 스푼과 간장 1 스푼을 넣고 골고루 섞어준 뒤 불을 끕니다.
- 씻어 놓은 쌀 위에 볶은 가지와 양파를 올리고 전기 밥솥에 넣습니다. 취사를 누르기 전 참기름을 한 바퀴 둘러 주세요.
- 취사가 끝나면 잘 섞은 뒤 넓은 그릇에 담으면 완성입니다. 가지를 볶을 때 양념을 했기 때문에 이미 간간하지만, 취향에 따라 양념장을 곁들여도 좋습니다(간장 2스푼 + 매실액 1스푼 + 고춧가루 0.5 스푼 + 청양고추와 다진 마늘 조금).
여름 내내 가지는 끊임없이 열매를 내어 주겠지요. 저는 가지밥을 짓고, 가지를 무치고, 볶고, 튀기며 이 여름을 보낼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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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홍보
계절편지 (with 귀찮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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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편지 연재를 시작합니다.
금산과 문경, 두 시골집을 오가는 편지이자
주고 받는 편지입니다.
시골집에서 꾸려가는 자연생활과 일 이야기, 지금만 누릴 수 있는 제철 행복, 작은 텃밭을 일궈가며 배우는 기다림, 자연이 알려주는 기쁨과 슬픔에 대해- 매달 쓰고, 보냅니다.
지금 이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 봄에 도착할 때까지, 그리고 다시 여름을 만날 때까지요. 앞으로 1년 간, 사계절동안 함께할 이 편지의 이름은 계절편지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구독신청하시면 이 계절편지를 함께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편지는 매달 1일과 15일에 발송됩니다만, 첫 편지는 돌아오는 수요일(7/5)에 발송됩니다. 계절편지 여정의 처음부터 함께해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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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첫 날. 수풀집 앞 냇가에서 올해 첫 물놀이를 했습니다. 제가 누린 찰나의 시원함을 구독자님께 보내고픈 마음에 (송구스러운 제 발) 사진을 담아 보냅니다.
그럼 저는 또 다음 주 월요일에 주간보고를 보내겠습니다. 무더위 피해, 비 피해 없이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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