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주차 주간보고 드립니다 (vol.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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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6월입니다. 저는 수풀집 주방에 앉아 주간보고를 쓰고 있어요.
엊그제는 여름이 이렇게 깊어진 줄도 모르고, 한낮에 텃밭일을 하다 혼쭐이 났습니다. 갑자기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더라고요. 더위를 먹은거죠. 다행히 하룻밤 푹 쉬고 난 뒤 회복했습니다. 일요일인 오늘은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렸다는 뉴스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텃밭의 작물, 마당의 살림살이가 여전히 제 손길을 기다리지만, 해가 적당히 기울 때까지 기다렸다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제 정말, 깊은 여름입니다.
깊은 여름의 햇빛과 비, 바람에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며칠 만에 식물의 잎과 줄기를 무성하게 키워내는 힘이죠. 꽉 닫힌 꽃망울을 팡 터트리고, 손톱만한 열매를 나날이 통통하게 키워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열매를 순식간에 다른 빛깔로 바꾸기도 하고요. 90여 일 동안 계속되는 아름다움의 근원은, 바로 그런 생명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시에 여름이 가진 그 힘을 두려워하고 걱정합니다. 전에 없이 큰 비가 내려 수풀집 주방이 물바다가 된 것도, 수풀집을 두르고 있는 돌담이 무너진 것도 여름이었습니다. 작은 고양이 '희망이'가 제 침실에서 고양이별로 떠난 것도, 비가 그친 여름날이었고요. 이치에 맞지 않는 존재, 쓰임을 다한 존재, 여린 존재들을 자연의 순리에 따라 거두어 가는 힘. 그 힘은 특히 여름 안에서 힘이 세다는 걸, 작은 시골 집 울타리 안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지난 아침, 마당 한 쪽에 아기 두더쥐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다가가 확인해 보니, 이미 먼 곳으로 떠났더라고요. 화단 한 쪽에 묻어주며 다시 여름의 한 가운데로 들어왔음을 실감했습니다. 화단의 한 쪽엔 겨우내 얼어 죽은 줄 알았던 선인장이, 노란 꽃을 피웠습니다. 이 여름 속 또 얼마나 많은 태어남과 자라남과 사라짐을 목격하게 될 지, 얼마나 오래 그 기쁨과 슬픔 속에 머무르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과 슬픔은 언젠가 끝이 난다는 사실을 압니다. 언제 더웠냐는 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시작되면, 저는 또 여름을 한없이 그리워하게 될 거란 사실도요. 그러니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보다 마음껏 사랑하려고 합니다. 한껏 소란하지만 더없이 눈부신 계절, 여름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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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해음소 : 여름 비빔밥
열 번 이상 해 먹은 음식 레시피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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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과정이 길고 복잡하면, 자신도 모르게 배달앱을 열게 되는 사람입니다. 무더위와 함께 귀차니즘이 찾아오면 더욱 그렇죠. 그래서 오늘은 불을 쓰지 않고 뚝딱 만들 수 있는 여름 비빔밥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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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재료 : 현미밥, 오이 반 개, 작은 참치캔 1개, 김밥용 김 2장, 양념재료 (다진 마늘, 간장, 식초, 깨, 들기름 또는 참기름)
- 생략가능하지만 더하면 좋은 재료 : 초당옥수수, 청양고추
- 현미밥을 지어 넓은 접시에 준비합니다.
- 적당한 크기로 썰은 오이, 물에 씻어 자른 초당 옥수수를 현미밥 옆 쪽으로 플레이팅해요.
- 기름을 뺀 참치도 더해줍니다. 비건이라면 참치 대신 살짝 간을 한 두부로 대체해도 좋습니다.
- 양념장을 만듭니다. 간장/식초/들기름 한 숟가락씩*, 다진 마늘/물 반 숟가락씩에 깨를 조금 넣고 섞어요. 들기름은 참기름으로 대체하셔도 됩니다. 계량은 밥 숟가락 기준인데요, 좀 더 한식에 가까운 맛으로 드시고 싶다면 양념장에 청양고추를 반 개 정도 추가해주세요.
- 양념장을 뿌리고 마지막으로 김밥 김 두 장을 부셔 한 쪽에 플레이팅합니다. (저는 김이 눅눅해지는 게 싫어 맨 마지막에 넣어요)
- 놀랍게도 이게 끝입니다, 완성이예요!
아삭이는 오이와 달큰한 초당옥수수를 맛보며 보내는 여름입니다. 제철 음식이 주는 한정판 기쁨을 놓치지 말고 지내요, 우리.
*저는 슴슴한 맛을 선호하는 편이라 간장 1 숟가락이 좋은데요, 친구들은 물 반 숟가락 빼고 간장 1.5 숟가락을 넣은 레시피가 더 좋다고 했으니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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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보고 요약
퇴사원이라 회장님도 못말리는, 진짜 tmi 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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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일]
✔︎ 양파 수확
양파는 매년 수풀집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작물이다. 늦가을부터 여름까지 함께하기 때문. 무엇보다 추운 겨울을 텃밭에서 홀로 견디는 양파를 바라보면 용기가 생긴다.
그런 양파를 드디어 수확했다. 예전처럼 줄기가 쓰러졌다고 화들짝 놀라지 않고, 꼬다리가 빼싹 마를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서. 그래서 그런걸까. 올해의 양파는 더 단단하고 달다.
✔︎ 여름의 농부👩🏻🌾
작물보다 더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을 뽑고, 토마토와 고추, 가지에 순지르기를 했다. 덩쿨손을 제대로 뻗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오이의 지지대를 세우고 이랑에 북을 주었다. 마지막 완두콩을 수확해 완두콩밥도 지었다. 마지막 햇완두콩밥. 줄기에 달린 채 노랗게 건조된 꼬투리 속 완두는 내년에 심을 씨앗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주말농부 4년 차, 이제 다음 계절의 씨앗도 챙길 줄 아는 농부가 되었다.
✔︎ 디자인페어 강연
준비했던 강연은 잘 마쳤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이 전보다는 훨씬 편해졌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준비한 만큼 하기 쉽지 않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재미있다. 하고 난 후엔 새로운 버전의 내가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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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할 일]
✔︎ 운동 등록
거북목 + 라운드숄더가 점점 더 심해져, 종종 두통과 허리 통증이 온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려면 이제 정말 운동을 해야할 것 같다. 매번 애써 봤지만 나의 의지만으론 쉽지 않은 것 같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 에어컨 청소
5월부터 생각만 하고 미뤄둔 에어컨 청소. 서울집은 예약을 하면 될 것 같은데, 수풀집도 방문 에어컨청소가 되려나.
✔︎ 원고 마감
쫓겨 쓰는 글이 되지 않도록, 하루 전날 초고 완료하는 습관을 들이자.
✔︎ 독서기록
아이폰 메모장, Pages, 블로그, 일기장에 나누어 기록하다보니 필요할 때 찾아 보기 쉽지 않다. 잘 정리할 방법을 찾아보자.
✔︎ 상반기 회고 + 하반기 계획
내 마음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차분히 잘 가고 있는가.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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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피해 수풀집 마당에 놀러온 아기고양이들의 사진으로 오늘 주간보고를 마칩니다. 귀여운 아가냥이들을 본받아(?) 수분 섭취 많이 하시고 건강한 한 주를 보내시길요. 저는 또 다음 주 월요일에 주간보고를 보내겠습니다. 그럼 평안한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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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은 김미리에게 있으며, 출처 표기 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merrymiry)
- 매주 월요일 발행되며, 매주 화요일 브런치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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