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주차 주간보고 드립니다 (vol.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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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보내는 퇴사원 주간보고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짧은 영감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열흘 만에 집에 돌아오니 집이 얼마나 반갑던지요. 저도 그랬지만 소망이가 무척 좋아했어요. 거실 바닥에 등을 비비며 골골거리다가, 깡총깡총 뛰어다니다가, 카펫과 스크래쳐를 신나게 긁더라고요. 그러고는 침대에 올라가 편안한 표정으로 긴 잠을 잤습니다. 여행지에서도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집이 많이 그리웠나봅니다.
저는 다시 퇴사원이 된 지 딱 한 달이 되었습니다. 미루기만 했던 다음 책 기획안을 출판사에 보냈고, 청탁 받은 콘텐츠들도 마무리했습니다. 프리 에이전트로 주 2일 근무도 시작했고요. 두 문장으로 단정히 써 놓긴 했지만, 실은 우당퉁탕하면서 말이죠.
그 사이 달이 바뀌어 5월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계절,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의 자리에서 퇴사원 주간보고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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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책을 읽다 '믿음의 도약'이라는 표현을 건져 올렸습니다. 믿기 힘든 무엇인가를 믿는 행위, 답을 모르고 성공을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믿고 감행하는 일*을 말하는 표현이래요. 좋아하는 일, 안정적인 회사를 두고 무엇 하나 예측할 수 없는 퇴사원 생활, 프리 에이전트의 삶을 선택한 제가 멈춰설 수 밖에 없는 표현이었어요.
이 책의 저자, 황정원 작가는 카이스트에 진학한 과학도였는데요. 음악에 매료되어 졸업 후 다시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하면서 진로를 수정한 케이스입니다. 현재는 음악학자이자 공연 칼럼리스트이고요.
카이스트에서 한예종으로 진로를 틀었을 때, 작가는 자신이 믿음의 도약을 했다고 생각했대요. 걷고 있던 과학도의 길이 아니라 음악도의 길을 과감히 선택했으니까요. 믿음의 도약은 절벽 끝에서 다른 쪽으로 몸을 힘껏 몸을 날리는 행위라고 생각했기에, 그 결말은 당연히 안착 아니면 추락이라 생각했고요. 그런데 어렵게 진학한 한예종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고, 자신은 추락했고 끔찍한 실패를 했다고 여겼대요.
그러나 지금. 음악과 함께 20여 년을 보낸 그는, 이제 이렇게 말합니다. 책의 일부를 그대로 인용합니다.
지금의 나는 다르다. '믿음의 도약'이라는 말에서 절벽이 아닌 물가를 떠올린다. 비장하게 뛰어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물에 첫발을 담그는 사람을 눈앞에 본다. 절벽이 아니라 넓게 펼쳐진 바다를 앞에 두었다면 물속으로 뛰어들 때 큰 결단이 필요하긴 해도 의외로 할 만하다. 순간적으로 마음을 굳게 다지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믿음은 도약 이후로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물이 깊어지고 뜻밖의 해류를 만나 휘청이게 되더라도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하리라는 믿음을 간직할 때라야만 우리는 헤엄치기를 멈추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믿음의 도약'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도약'이 아니라 '믿음'이다.
- 황정원, '아무튼, 무대' 중에서 -
회사를 떠나 홀로서기로 결심한 뒤, 저 역시 힘차게 맞은 편으로 몸을 날렸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것으로 '도전의 챕터'는 지났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믿음의 도약에서, 믿음이 아니라 도약에 방점을 찍었던 것이죠. 그래서 그후 기대와 다른 상황을 맞닥뜨릴 때, 성과가 저조할 때마다 '이게 실패의 첫 신호라면 어쩌지?'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 생각은 쉽게 불안으로 이어졌고요.
책 속 문장들을 더듬으며 배웁니다. 믿음의 도약은 절벽 위에서 '으잇!' 하고 뛰어내리는 단 한 번의 순간이 아니라, 물가에 서서 첫발을 떼고 한 걸음 한 걸음 이어가는 것이란 걸. 믿음은 첫발을 뗄 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물이 깊어지고 뜻밖의 해류를 만나 휩쓸릴 때도 꼭 품고 있어야 한다는 걸요.
우연히 제게 온 문장을 어루만지며 소중히 읽고, 이 문장이 필요한 구독자님에게로 소중히 담아 보냅니다.
*출처 : 황정원, '아무튼,무대', 코난북스
*주로 종교적인 표현으로 쓰이지만, 본문에서는 일반(철학)적 표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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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페이지가 뭔데요?
- Q&A로 알아보는 모닝페이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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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있어요. 2021년 하반기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이제 1년 반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도통 뭘 꾸준히 못해서 '사소한 꾸준함을 가진 사람이 되기'가 삶의 목표인 제게는 꽤 긴 시간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자주 언급하고, 출간한 책에도 언급했더니 종종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모닝페이지는 제 삶에 많은 변화를 일으킨 루틴이고, 특히 퇴사 후 일상을 알차게 꾸리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주간보고에 소개해보려고요. 자주 질문주시는 내용을 Q&A로 정리해봤어요.
Q. 모닝페이지가 뭔가요?
A. '아침에 하는 글쓰기 명상'이에요. 줄리아 카메론이 저서 '아티스트 웨이'에 소개한 창조성 회복 방식인데요. 매일 아침 의식을 흐름을 손글씨로 3페이지 정도에 적는 일입니다. 저는 '아티스트 웨이'에서 제안한 방식 그대로가 아니라, 저에게 맞는 방식으로 변형해서 하고 있어요.
Q. 아침 언제 쓰나요?
A. '아티스트 웨이'에서는 기상 직후를 권장하고 있어요. 칼 융의 심리학에 따르면, 기상 후 45분 정도가 지나면 자기 방어 기제가 작동한대요. 그 전에 스스로와 솔직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기상 직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기상 - 이부자리 정리 - 소망이 케어 - 양치 - 마실 것 준비 후에 모닝페이지를 씁니다. 시간이 꽤 경과되지만, 앞선 과정이 다 수행된 상태로 책상에 앉아야 마음이 편하고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Q.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쓰면 안될까요?
A. '아티스트 웨이'에서는 손글씨로 쓰기를 권장하고 있어요. 손으로 쓸 때와 타이핑을 할 때 우리 뇌가 다르게 반응한대요. 저는 처음에 손글씨가 익숙하지 않고, 생각의 속도를 쓰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답답했는데요. 손이 받아쓸 수 있는 속도로 가야만 떠오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저 또한 손글씨로 쓰고 있어요.
Q. 꼭 3페이지를 써야 하나요?
A. 저는 2페이지를 쓰는 날도, 3페이지를 채워 쓰는 날도 있는데요. 처음 모닝페이지를 쓰신다면 3페이지를 채워 쓰시기를 추천합니다. 처음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을 때를 돌이켜보니 1, 2페이지에는 솔직한 이야기가 잘 꺼내지질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무의식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고, 자기검열이 심해서였던 것 같아요. 2페이지를 다 쓸 때까지 나오지 않던 생각들이, 그 다음 페이지에는 나오더라고요.
Q. 매일 써야 하나요?
A. 물론 권장은 빠뜨리지 않고 매일 쓰기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쓰지 않는 날도 있어요. 컨디션이 안좋아서 쓰기에 집중할 수 없다던지, 이른 오전에 해야 하는 다른 중요한 일이 있다던지 한 날이요. 습관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게 오래 지속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서요.
Q. 어떤 효과가 있나요?
A. 꾸준한 기록이 생기니까 스스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한 걸음 물러나서요. 내가 몰랐던 나의 생각과 경험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예약과 비용지불이 필요없는 든든한 마음상담 선생님이 생긴 것 같은 효과도 있습니다. 저는 제가 기록한 모닝페이지들을 살펴보며 삶의 지름길을 발견하기도 하고, 결국 모든 것들이 지나간다는 단순한 순리를 체감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기록하는 습관이 생기고, 쓰는 시간이 즐거워집니다. 모닝페이지에 썼던 문장들이 긴 글의 시작이 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의 재료가 되는 경우도 많고요. 퇴사원 주간보고나 다른 에세이들도 대부분 모닝페이지에 썼던 문장들에서 시작됩니다.
Q.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A.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게 '자기검열하지 않기'인 것 같아요. 나만 보는 기록인데도 자꾸 말을 고르고, 가상의 독자를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꽤 걸리지만) 떠오르는 대로 일단 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고요. 8주가 되기 전엔 이전에 쓴 기록을 읽지 말라고 하는데요. 이 또한 자기 검열, 자기 비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입니다. 또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는 것이에요. 모든 일상과 감정이 기록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공개되거나 분실했을 때 아주 난처해질 수 있거든요. 또 그럴 위험을 인지하는 순간, 의식의 흐름대로 기록하기 어려워지고요. 이 기록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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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디에 무엇으로 쓰나요?
A. 몰스킨 클래식 플레인 L사이즈를 사용하고 있어요. 펜은 여러 가지 사용해봤는데, 짧은 시간에 써 내는 분량이 많기 때문에 가벼운 볼펜이 최고더라고요(멋지고 무거운 펜으로 며칠 쓰다 손목에 병난 사람 여깄어요).
Q. 나만의 tip이 있나요?
A. 모닝페이지와 불렛저널을 결합해서 하나의 노트에 쓰고 있어요. 연간 계획 - 월간 계획/회고 - 주간 계획/회고 - 매일의 모닝페이지가 하나의 노트에 담기도록요. 한 권의 노트에 제 한 시절이 담기는 거죠. 또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집중이 되지 않는 날은, 그림이나 도형을 접목해서 기록하기도 해요.
Q. 도움이 될 만한 다른 콘텐츠가 있나요?
오늘도 왠지 분량조절에 실패한 것 같습니다만, 모닝페이지를 쓰고자 하셨던 구독자님께 작은 도움과 우연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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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 수풀집 마당에 완두콩을 심었다는 소식을 전했었는데요. 쪼글쪼글하던 완두콩이 어느새 싱그러운 꽃을 피웠습니다. 아직은 납작하기만한 코투리도 달렸어요. 이번 달을 잘 보내고 나면, 통통히 여물 것 같습니다.
텃밭의 완두콩과 함께 성실히 한 주를 보내고 다음 주에 또 주간보고를 보내겠습니다. 평안한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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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은 김미리에게 있으며, 출처 표기 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merrymiry)
- 매주 월요일 발행되며, 매주 화요일 브런치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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