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나 안냥하세요. 일주일 살기 하러 온 주소망입니다. 저를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6박 7일 간 잘 부탁드려요. 파워 E이긴 하지만, 4살 냥생동안 내내 집에서만 지내다보니 조금 낯을 가리게 되었어요. 처음엔 부끄러워 잘 소통할 수 없을 것 같아 몇 자 적어왔어요. 스스로 말하긴 조금 부끄럽지만, 저는 털털한 편이라 꼭 이렇게 해주진 않으셔도 잘 지낼 꼬예요. 그냥 ‘망이가 왜 그럴까?’ 궁금할 때 한 번 살펴봐주세요. 미리 고맙습니다.
하루에 밥은 55g을 먹어요.
미리눈나가 챙겨준 스텐국자 안쪽에 100이라는 표시선이 안보일 정도로 담으면 55g이에요. 첫날엔 반가움으로 흥분되어 밥을 조금 남길지도 모르겠어요.
화장실은 하루에 두 번 청소해주시면 행복할 거에요.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이면 충분해요. 냄새가 조금 지독할 텐데…… 미리 미안하다고 말할게요.
현관문이 열리면 바깥 세상이 궁금해져요.
가끔은 바깥 세상이 궁금하더라고요. 하지만 원래 살던 집에는 이중문이 있어 달려나갈 수가 없어요. 여기는 새로운 곳이라 저도 모르게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 수도 있어요. 미리 눈나가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혹시 제가 그럴 수도 있으니 문을 빨리 닫아주실 수 있을까요?
이상하게 테라스에서는 말썽을 부리고 싶어져요.
테라스 담이 낮으면 뛰어올라 정복하고 싶어져요. 가끔 채식생활도 즐기고요(우걱우걱). 혹시 테라스에 함께 외출하게 된다면 저를 잘 지켜봐주세요. (랑이 눈나의 소중한 식물 친구들 절대 지켜!)
민들레 홀씨 같은 고양이에요.
털이 잔뜩 빠지는 나라서 미안해요. 빗을 가져왔어요. 털을 빗으면 털날림을 조금 예방할 수 있어요. 눈나가 빗고 싶은 부분으로 몸을 돌리면 잘 돌아 누울게요. 겨드랑이도 들으라고 하면 잘 들어요. 똥꼬 닦기가 필요하다면 이때 물티슈로 닦아주세요. 솔직히 우리 사이에 똥꼬까진 무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제가 말썽을 부리면 바로 박수를 치며 안돼!라고 외쳐 주세요.
싱크대 같은 곳은 올라가지 않지만요. 가선 안되는, 해선 안되는 행동을 하면 박수를 한번 치고 안돼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해주세요. 그러면 다시 반복하지 않을게요.
자기 전에 10분만 놀아주시면 우다다하지 않고 아침까지 코- 자요.
낚시놀이를 좋아하는데요, 눈나의 체력이 여의치 않다면 면봉던지기도 괜찮아요. 아무 데로나 면봉을 던져주세요. 눈나는 쉴 수 있고 저는 재밌고든요.
문 밖에서 기다릴게요.
눈나가 화장실에 간다면 저는 밖에서 기다릴 꼬예요. 왜냐고요? 모르겠어요. 그냥 습관이라고 해둘게요. 문에 바짝 붙어서 기다리는 스타일이라, 갑자기 문이 활짝 열리면 문에 코를 꿍 박기도 한답니다. 조금 바보… 같죠?
혹시 제가 밥투정을 하고 있나요?
그건 밥이 없어서가 아니라 눈나와 같이 있고 싶어서예요. 혼밥은 정말이지 싫거든요. 밥그릇 옆에 앉아서 궁디팡팡을 해주세요. 그럼 저는 신나게 밥을 먹을 수 있어요.
It’s all yours.
여기서 지내는 동안 제 초상권을 눈나에게 줄게요. 제 귀여운 모습을 맘껏 찍어 소장하시거나 배포하셔도 좋아요. 엽기나 굴욕사진도 추억이라 생각할게요. 사실 저는 망가질 때 조금 더 귀엽다고 생각하거든요.
선뜻 집에 오라고 말해줘서 고마워오. 며칠 전부터 가방에 빗이랑 사료를 챙기고 손꼽아 기다렸어요. 어젯밤에는 발톱도 깎고 이를 깨끗이 닦았어요. 방금 전에는 물티슈 샤워도 하고 왔어요. 반가워요, 눈나.
2023. 10. 16.
망이(를 가장한 망이집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