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원이 된 지 어느덧 8개월이 되어갑니다. 저는 하나의 조직에 속하지 않고,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예상하시겠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움과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주간보고에서는 퇴사원이 된 직후, 가장 어려웠던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노동의 대가, 임금(Pay)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회사를 벗어나니 특정 기간, 특정 노동에 대한 임금으로 얼마를 받으면 좋을지 모르겠더라고요. 회사에 다닐 때는 연봉이 정해져 있어서,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프리랜서가 되자 새로운 일에 착수할 때마다 노동에 금전적 가치를 매기고 합의해야 하더군요. 일하는 조건과 결과물에 대한 세부사항 역시 마찬가지고요. 베이스라인으로 삼던 기존 연봉과 인사고과 결과도 사라졌고, 십여 년 간 쌓아 온 정보도 큰 의미가 없어졌어요.
이런 상황에선 보통 업계 표준을 적용받게 되지요. '페이는 N원입니다.'라는 안내를 받고 수락하는 방식이요. 퇴사원이 된 직후엔 저 역시 이 방식으로 일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업계 표준'을 적용받은 것이고, 다시 말하면 '주는 대로 받은' 것이죠. 돌이켜보니 사회초년생 시절에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업계 표준은 꽤 공고하지요. 인력의 등급에 따라 강연이나 멘토링은 시간당 얼마, 콘텐츠 만드는 일은 건 당 얼마, 글 쓰는 일은 원고지 1매 당 얼마가 정해져 있고-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업계 표준이 (물가가 이렇게 많이 올랐음에도) 십여 년 전과 다르지 않다는 것, 직장인의 연봉과 달리 공시된 자료가 별로 없다는 것, 투여되는 시간과 노동력 대비 낮은 수준으로 책정된 경우도 많다는 사실입니다.
퇴사원 8개월 차, 이제는 임금 협의에 조금 다른 태도로 임하고 있습니다. 제 노동에 주체적으로 가격을 매기고, 적극적으로 제안합니다. 근거와 차별점을 제시하며 설득하기도 합니다. 물론 돈을 무조건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금액을 제안하고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끝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땐 다음을 기약하고 물러나, 다른 일에 집중하기를 선택하고 있어요. 무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요즘처럼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말이에요.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러다 다신 제안이 안 오면 어떡하지?, '일이 똑 끊기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 당연히, 자주 합니다.
그럼에도 적절한 페이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책임감 있게 아주 잘 해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신도 있고요. 사실 일의 과정에는 즐겁고 좋은 것보다 어렵고 힘든 것들이 많지요. 그런데 스스로가 정의한 노동의 가치 대비 현저히 낮은 임금을 받으면- 유혹을 받게 됩니다. '이 돈 받고 이렇게까지 해야 될까? 이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하자.' 하는. 그런 유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적절한 페이를 인지하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더군요.
오래 함께 일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한 번 정도야 시간과 에너지의 손해를 감내할 수 있고, 수익이 되지 않는 일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파트너쉽은 오래 지속할 수 없잖아요. 또 저처럼 아무 정보 없이 홀로 설 퇴사원들이 합당한 처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하니까요.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를 돌보고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하는 일로써 자신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을 때, 삶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과 나를 지키며, 즐겁게 오래 일하기 위해서- 저는 앞으로도 돈 얘길 잘하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남은 12월도, 새해도 열심히 분투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