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엔 떡국을 끓여 먹고 새 노트를 꺼내 새해 다짐을 적습니다. '새해가 별거냐'는 냉소적인 마음을 갖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새해 클리셰가 너무나도 귀엽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새 마음을 불끈불끈하고 있는 모습이라니요! 아, 그 귀여운 이들 중 한 사람이 접니다(...)
올해는 1월 1일이 월요일인 데다 한 살을 먹지 않는 첫 해라서 더더욱 상쾌한 마음으로 새해 다짐을 적었습니다. 매년 새해 다짐에 빠지지 않는 체력 증진과 영어 회화 역시(...) 빼놓지 않고 적었지요. 그렇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2024년에 '이루어야 하는 것' 말고 2024년을 '살아가는 태도' 또한 다짐했거든요.
- 정합성 검증시간 단축하기
- 다른 이의 시선에 위탁하지 않고 나의 시선으로 살기
- 좋아하는 것은 더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덜 싫어하기
- 감정을 열고 닫는 문 만들기
- 더 느리게 살아가기
이중 한 가지, 정합성 검증시간 단축하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봐요.
회사원 시절,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목표/가설/데이터의 정합성 검증을 하곤 했습니다. 과정과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으니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전체 목표와 세부 목표가 배치되지는 않는가?', '가설에 오류는 없는가?', '데이터는 동일한 기준으로 추출하고 계산되었는가?'를 확인합니다. 불확실한 요소들을 확인하고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결정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입니다. 언제부턴가 저는 이런 의사결정 과정을 제 삶에도 적용하기 시작했어요.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순간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거든요.
그러나 단점도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데이터들을 검토하고 가설을 실험하다 경쟁사가 우리 프로젝트와 비슷한 서비스나 제품을 먼저 출시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지요. 검증의 늪에 빠져 다른 외부 요소를 놓쳐버린 경우도 있었고요. 어떤 때에는 '이게 정말 맞을까?'를 논리적으로 검증하는 것보다 '그냥 빠르게 해 보기'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더 적절하더라고요. 지금이 딱 그런 때인 것 같습니다.
퇴사원이 되었던 첫 해인 2023년을 돌아봤어요. 가볍게 결정하고 실행해서 후회한 것보다 망설이다 놓쳐버린 것에 대한 후회가 깊습니다. 잘못된 결정으로 손해나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스스로 한 결정이니 결국 회복되더라고요. 감수해야 할 인적/물적 자원이 오로지 저 하나인 아주 단출한 조직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라도 완전히 망한 게 아니라 예상과 다를 결과를 얻을 뿐이더라고요. 또 무언가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배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니 올해는 좀 더 가볍게, 더 잦게 시도하며 더 많은 실패를 해내려 합니다. 저는 올해 많은 실패담을 담아 퇴사원 주간보고를 보내겠습니다. 2024년, 더 많은 실패를 해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