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은 묻습니다. "식물을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식물이 정말 많네요." 식물을 좋아하는 것도, 식물이 많은 것도 맞긴 한데 제 힘으로 초록빛 집을 완성한 건 아니어서 늘 쭈뼛쭈뼛하곤 해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볼까 해요.
저희 집에 살고 있는 식물의 90%는 랑이언니네서 왔습니다. 몇 년 전 친구가 된 뒤로 언니는 종종 식물을 보내왔어요. 처음 보내준 식물은 몬스테라였습니다. 제가 식물을 들이는 족족 죽이고야 마는 사람임을 고백하자 언니는 몬스테라가 꽤 강한 식물이라고 말해줬어요. 그러고는 "열심히 키우고 열심히 죽여봐" 라며 웃더라고요. 그때 아담한 토분에 심겨 저희 집에 입성했던 몬스테라는, 언니 말대로 몬스터 같은 투지를 가진 녀석이었어요. 물 인심은 물론, 바람 인심도 꽤 야박한 제 곁에서 무사히 장성했으니까요. 덕분에 저는 연쇄 살식범(連鎖殺植犯)에서 벗어나 다양한 식물을 반려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언니는 자신의 책 <아무튼, 식물>에 몬스테라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손바닥만 한 모종으로 우리 집에 도착했는데 이제는 키가 나랑 똑같은 지경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게 자랐다고. 저희 집 몬스테라도 풍채 좋게 침실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언니와 언니의 식물이 지나갔다던 시간을 저와 제 식물도 지나가고 있는 거죠. 게다가 저희 집 몬스테라는 언니네 몬스테라를 삽목해서 얻은 것일 테니 양쪽 집에 몬스테라 가문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네요.
엊그젠 커다란몬스테라가 지켜보는 집에서 카톡메시지를 적었습니다. "요즘 좀 우울한 거 같아... 의욕도 없고..." 메시지를 적어 단톡방에 보낸 뒤 집안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 사이 메시지가 왔더라고요. 단톡방에서 메시지를 확인한 랑이언니가 따로 메시지를 보낸 거예요.
몇 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가늠하던 언니는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프리랜서로 혼자 일할수록 혼자인 시간과 함께인 시간의 밸런스를 맞춰가는 게 중요하다고, 독립적인 시간만큼 연결감을 느끼는 시간도 중요하다고. 이어 물었습니다. "나랑 만나서 같이 일할래? 그냥 놀아도 좋고." 지금 제가 지나고 있는 늪을 먼저 지나간 이가 건네는 사려 깊은 말이었어요. 더 빠지지 말고 이리 건너오라는 다정한 손길이었어요. 냉큼 그 손을 잡았습니다.
몬스테라 외에도 다양한 식물이 랑이언니네서 저희 집으로 거쳐를 옮겼습니다.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난 일이에요. 그중에는 이름이 길고 어려워서 제가 '고구마'와 '가지'라고 부르는 '콜로카시아 모히토'와 '산소토마 프로즌 플래닛'도 있습니다. (줄기 색깔이 비슷해요...)
그들은 열심히 자라나 두 집에 걸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들이 만들어낸 초록을 바라보며 이 글을 적습니다. 혼자 있지만 혼자만 있는 것 같지 않은 마음으로요.
열해음소 :: 오트밀 버섯 리조또
열번 이상해먹은음식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한 차례 찐-한 요태기(요리 권태기)를 보낸 뒤 다시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요즘은 과정이 너무 복잡하거나 설거지거리가 많이 나오는 레시피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그랬다간 '아, 귀찮아'하며 다시 배달 어플을 들락거리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다이어트에 좋다는 레시피들이 대체로 과정이 단순하고 조리시간도 짧아서 자주 시도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추천하고픈 오늘의 열해음소는 오트밀 버섯 리조또입니다. 배우 진서연님이 다이어트 식단으로 소개해 열풍이더라고요. 저는 다이어트 식단이라기보다 오트밀의 고소한 맛을 좋아해서 '퀵 오트'를 사용했는데요, 만약 다이어트 식단으로 드신다면 GI지수가 낮은 '롤드 오트'를 사용하시길 권장드려요. (롤드 오트의 GI지수가 58인데 비해 퀵 오트는 71입니다)
생략가능하지만 더하면 좋은 재료(양념장 재료) : 모짜렐라치즈(또는 다른 치즈), 새송이버섯 반개
기름을 두르고 달군 팬에 손으로 찢은 느타리버섯을 두 줌 넣고 볶습니다. 숨이 살짝 죽으면 굴소스 0.5 스푼을 넣고 마저 볶아요. 리조또 위에 올릴 고명이니 따로 덜어두고 키친타월로 팬을 닦아 정리해 둡니다.
새송이버섯 반 개와 양파 반 개를 잘게 다져요. 새송이버섯이 없다면 느타리버섯 남은 것을 다져도 괜찮습니다. 새송이버섯을 사용하면 식감이 더 좋아요.
잘게 다진 양파와 버섯을 (1.에 사용하고 닦아 둔) 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아요.
양파가 투명해지면 오트밀을 4 숟가락 정도 넣고 함께 볶습니다. 이때 두유나 아몬드브리즈를 자작하게 붓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주세요. 한 꼬집 정도면 충분해요.
감칠맛을 더하고 싶다면 모짜렐라 치즈나 그라나파다노 치즈 같은 것을 살짝 넣습니다. 생략해도 괜찮아요.
오트밀을 그릇에 옮겨 담고 굴소스에 볶아둔 느타리버섯을 올리면 완성입니다. 취향에 따라 파슬리가루나 치즈가루를 살짝 뿌립니다.
오트밀만 먹으면 약간 싱겁다고 느낄 수 있는데요, 굴소스로 볶은 느타리버섯이 짭짤하기 때문에 얹어 먹으면 간이 딱 맞아요. 저는 조금 싱겁게 먹는 편인데요. 취향에 따라 굴소스를 1 숟가락으로 늘리시거나 소금과 후추 간을 조정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간단하지만 먹을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메뉴라서 주간보고에 소개하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내고 갓 내린 커피까지 곁들이면 스스로를 잘 대접해주는 기분이 들거든요. 게다가 요즘 느타리버섯과 새송이버섯이 쌉니다!
모닝페이지 함께 쓰실래요?
모닝페이지를 예찬하고 다닌 지 몇 년이 되었습니다. 퇴사원 주간보고에도 모닝페이지를 주제로 장문의 글을 썼었고요. 그러다 보니 3월부터 밑미에서 모닝페이지 리추얼메이커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1, 2분이 절실한 아침에 15분의 시간을 낸다는 건 정말 엄청난 결심이죠. 이른 출근과 야근이 반복되던 직장인 시절에는 더욱 그랬고, 시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있는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직장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쭈욱 모닝페이지를 붙잡고 있는 것은, 오직 저를 위한 기록이 존재한 뒤로 바뀐 삶의 모습 때문일 거에요.
12년 간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매일 매출보고서, 회의록, 프로젝트 회고록, 평가서 등 수없는 기록물을 작성했어요. 그렇지만 정작 어디에도 저만을 위한 기록이 없더라고요. '회사와 타인을 위한 기록에는 이렇게나 열심히인데 정작 나 김미리를 위한 기록이 없네. 나의 과거는 누가 회고하고, 현재는 누가 응원해 주고, 미래는 누가 준비해 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닝페이지의 독자는 오직 자신뿐입니다. 그렇기에 의미가 있어요.
새 봄부터 모닝페이지를 쓰고 싶으신 분, 쭉 모닝페이지를 써 왔지만 요즘 시들하신 분, 모닝페이지를 함께 예찬하며 써 나가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함께해요. 자세한 내용은 밑미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