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용품
‘목공’이라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으니 학용품을 마련해야겠지요? 초보 목공인에게 필요한 버니어 캘리퍼스, 대패, 연기자, 등대기톱, 공구함 등등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수업을 듣는 목공 동기님들과 공방 한쪽에서 각자의 장비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어떤 이는 곧은 글씨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고, 어떤 이는 자신의 것임을 나타내는 스티커나 예쁜 패턴의 마스킹테이프를 부착했습니다. 저는 ‘merrymiry’라는 제 닉네임을 삐뚤빼뚤 적어 넣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 말이예요. 새 학기에 학용품 장만한 어린이 같지 않아요?” 그 말에 모두가 소리 내어 웃었어요. 무언갈 새로 배울 마음을 먹고 설레하는 스스로를 귀엽고 대견하게 여기는 마음들이 공방에 가득찼어요.
선생님
제 목공 선생님은 제가 프리워커가 된 후 첫 클라이언트가 되어주신 가구브랜드의 대표님이자 꼭대기집(서울집)의 하우스메이트입니다. 오랜 친구이자 인생 선배님이기도 하죠. 실은 너무 가까운 사이라서 수업등록이 꺼려졌어요. 제가 스승으로 모시며 진지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 걱정됐고, (조심하겠지만) 무심결에라도 친분이 티 나면 다른 수강생분들이 불편하실 것도 같아서요. 그런데 막상 등록하고 배워 보니 불필요한 염려였더라고요. 저희는 깍듯하게 “선생님”, “미리님”이라고 부르며 서로의 본분인 '가르침'과 '배움'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집 안팎에서 마주칠 때와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성실하고 재밌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목공을 할 때는 진중하고 멋졌습니다. 역시…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는 이에게는 존경심이 생길 수밖에 없나 봅니다. (물론 수업이 끝나면 바로 호칭을 전환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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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이 네 번째 수업이었습니다. 몇 번의 수업을 통해 목공 이론을 배웠고 목공 기계와 수공구 사용법을 익혔어요. 저만의 원목도마를 완성했고, 지난 수업 때부턴 소망이에게 선물할 고양이스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반려묘가 사용할 가구를 제 손으로 만든다는 게 엄청 신나는 일이더라고요. 그런데 조심스럽기도 해요. (6.7kg의 물범핏을 자랑하는) 통통한 소망이가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안전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아직 목공수업 4회 차, 미천한 실력이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차근히 배워나가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