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주차 주간보고 드립니다 (vol.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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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보다 일찍 벚꽃이 피고 졌습니다. 예년과 다른 날씨에 꽃이 피고 지는 순서도 뒤죽박죽이었고요. 지난 한 달, 제 마음도 마치 계절 같았습니다.
이직 후 한 달, 저는 다시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인스타로 소식을 접한 구독자님도 계시겠지만, 불쑥 도착한 퇴사원 주간보고에 놀라신 구독자님이 더 많으실 것 같아요. 찬찬히 근황을 전해볼게요.
지난 2월 초, 퇴사한다는 소식을 전했었지요. 잠시 멈추고 사소하지만 때때로 위대해지는 호기심들에 마음을 쓰며 지내겠다면서요. 그후 저는 자유롭고 충만한 마음으로 한 달 간의 갭모먼트 보냈고, 곧 새 회사를 정해 출근을 했습니다. 그렇게 3월 7일에 새 회사로 첫 출근을 했던 저는, 지난 금요일인 4월 7일에 다시 마지막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퇴사했어요, 다시 퇴사원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글로 적고 보니 강단이 있는 결정 같지만, 전혀요.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수도 없이 갈팡질팡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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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의 산책길. 하루가 시작되는 게 기쁘고, 저무는 게 아쉽더라고요. 아주 오랜만에 든 생각입니다. 그저 오늘 하루 버틴다는 마음이, 드디어 저를 떠난 것 같아 기뻤어요. 하얀 꽃을 피운 귀룽나무가 우아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이 순간 나에게는 이 결정이 맞다는 확신을 했습니다.
보통의 봄꽃들이 꽃을 먼저 피우고 잎을 내지요, 벚꽃이나 개나리꽃처럼요. 사진 속 귀룽나무는 푸른 잎을 먼저 낸 후 나중에 꽃을 피웁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피어나는 꽃처럼, 저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오늘 주간보고에는 퇴사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 보낼게요. 뉴스레터 이름이 '퇴사원 주간보고'니까 가장 적절한 주제가 아닐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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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결정하고 한동안 자책했습니다. '이럴거면 처음 퇴사했을 때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말았어야지.' 하면서요. 그러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만약 이 일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불안할 때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을 거듭했을 거예요. 저는 이 잠깐의 시간을, 잘못된 선택이나 실수가 아닌 '경험'이라고 이름 붙여 소중히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과거의 저였다면 어떤 식으로든 상황에 자신을 끼워 맞추며 소리 없이 견뎠을 거예요. 그러면서 자신을 혹사했겠죠. 더 늦지 않게 몸과 마음이 보낸 신호를 알아채고 결정한 저를, 예전보다 훌쩍 성장한 저를, 장하게 여기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저는 주 7일 중 5일. 실은 그 이상을 회사에 할애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그렇게 살아보려 해요.
결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저를 주저 앉혔지만, 매번 저를 꿇린 것은 경제적인 문제, 바로 '돈'이었어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세상 어떤 일보다 중한 일이니까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은, 지난 13년 간 매달 통장에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진다는 뜻이지요. 무서웠어요.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게 아주 많은데,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돈이 없으면 진짜 중요한 것보다 돈 생각을 더 많이, 더 자주 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게 너무나 두려웠고, 사실 지금도 두렵습니다.
두려움 속에서 제게 물었어요. '지금 당장 수백 억이 생겨도, 출근할거야?' 회사생활을 시작한 뒤, 힘들고 벅찰 때마다 스스로 했던 질문입니다. 답이 망설여지는 날도 있었지만, 줄곧 예스였어요. 출근의 이유가 꼭 월급만은 아니었거든요. 일로 얻는 성취. 그것이 매일 아침 저를 일으켰습니다. 이번에도 답은 예스였습니다. 일하고 싶어요. 수백 억이 생긴다 해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마음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들이 회사 안에 있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용기를 냈습니다.
선한 브랜드들이 꾸준히 성장하도록 돕는 일.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일. 일단 해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 그런 일들을 하며 스스로를 고용하는 삶, 24시간을 회사와 나누지 않고 온전히 소유하는 삶을 시도해보려 합니다.
이렇게도 살아지는지, 제가 한 번 실험해볼게요. 삶을 실험하는 작은 실험실을 꾸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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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중요한 걸 왜 이제 알려줘. 나 벌써 퇴사날짜 정했단 말야."
"다 아는 줄 알았지..."
얼마 전에 후배와 나눈 대화입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퇴사에 대한 내용은 늘 물어볼 사람이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하나하나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 내용일 수도 있지만, 또 어쩌면 모를 수도 있는 퇴사 체크리스트를 공유해봅니다.
✔︎ 퇴사일기 쓰며 내 퇴사사유 분석하기
퇴사일기를 써 보세요. 최소 한 달 이상 퇴사에 대해 쓰면서 자신이 퇴사를 결정한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과 감정을 구분을 하는 것 같아요. 퇴사 원인이 감정적 이슈에 가까운 경우,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최소 한 달은 기록하는 게 좋더라고요.
✔︎ 퇴사 시기는 신중하게 정하기
연봉협상 완료 후 최소 3번의 월급을 수령한 뒤, 그리고 성과금을 수령한 뒤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1분기에 연봉협상이 마무리되고 2분기부터 이직 성수기인데요. 채용도 많아지지만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들도 많아지기 때문에 자신의 연차, 채용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해서 퇴사시기를 결정해야 합니다.
✔︎ 건강검진 + 사내 복지
이직이 아니라 (저처럼) 퇴직이라면 건강검진을 꼭 받고 퇴사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이 외에도 회사에서 제공하는 현금성 복지나 복리후생들도 지급시기와 사용기한을 잘 체크해두세요. 간발의 차이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퇴사의사를 밝히고 난 뒤에는 적용받기 어려운 것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 연차 소진 vs. 연차 수당
선택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통상적으로) 연차 소진을 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 같습니다. 주휴수당이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회사별로 정책이 상이하기 때문에, 재직중인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인사 관련문서를 확인해보심을 추천 드립니다. 또 회사별로 연차 발생/갱신시기도 다르기 때문에 퇴사의사를 밝히기 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 마이너스 통장 개설하기
회사에 적을 두지 않으면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어렵거나, 한도가 적게 부여될 수 있습니다. 이직을 해서 새 회사가 생기더라도 재직기간이 1년 이상 되어야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가능하고요. 마이너스 통장이 필요한 분이라면 퇴직 전 체크가 필요합니다. 단,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고 나면 퇴직금을 수령하기 위한 퇴직 IRP 계좌생성이 불가합니다. (IRP 계좌를 만들기 전후 1개월 대출이 있으면 IRP 계좌 생성 불가) 저는 마이너스통장과 IRP 계좌를 각기 다른 은행으로 분리하는 방법으로 진행했습니다. 시기마다 은행 정책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주거래은행에 확인하세요.
제가 다시 퇴사원이 되었다고 퇴사를 권유하는 콘텐츠는 절대 아니고요(제 마음 아시죠?). 언젠가 퇴사를 결정하셨을 때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 봅니다. 순간의 감정이나 상황에 휩쓸려서 하는 퇴사는 반드시 후회를 남기더라고요. 입 밖으로 내기 전에 백 번, 천 번 생각하셔도 과하지 않은 것이 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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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보고 요약
퇴사원이라 회장님도 못말리는, 진짜 tmi 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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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일]
✔︎ 마지막 출근
4월 7일, 주 5일 출근하는 삶에 안녕을 고함.
✔︎ 퇴사 소식 알리기
다시 퇴사한다는 소식을 알리자니 머쓱했지만, 부끄럽지는 않았다. 스스로의 결정을 응원하고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 퇴사원 주간보고 재개
퇴사 체크리스트 넣을까 뺄까 한참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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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할 일]
✔︎ 재정상태 재점검 / 보장성 보험 리모델링
✔︎ 매일 한 끼 집밥
✔︎ 운동 계획 세우기 (하는 건 아니고 계획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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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차가운데, 햇볕은 더없이 따숩던 주말이었습니다. 내 앞에 놓인 날들이 이런건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든든하고 안정적이던 회사를 떠났으니, 깨금발을 딛고 두리번거리는 나날을 보내겠지요? 근데 그래서 또 재밌을 것 같아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예측할 수 없는 나날을 우당탕탕 보내며 주간보고를 보내겠습니다. 평안한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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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은 김미리에게 있으며, 출처 표기 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merrymiry)
- 매주 월요일 발행되며, 매주 화요일 브런치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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