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주차 주간보고 드립니다 (vol.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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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퇴사원이 되어 한 주를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공백이 있는 날들이었어요. 특히 아침을 맞을 때마다 그 공백들을 체감합니다.
잘 만큼 자고 알람 없이 일어난 아침, 동거냥 소망이와 아침인사를 나눠요. "망이 잘 잤어?" 하고 물으면 소망이는 "마앙!" 하고 대답해요. 소망이는 수다냥, 대답냥이거든요. 실제로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말꼬리를 올려 물음표를 던지면 대체로 대답을 해줍니다. 심기가 불편하지 않으시다면요. 소망이 아침을 챙겨주고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날들입니다.
어느새 신이 난 소망이가 꼬리를 바짝 세우고* 달려와요. "소망아, 누나 출근해야 돼. 나중에 놀자." 하지 않고, 얼른 낚시대를 대령해 사냥놀이를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책상에 앉아 읽고 쓰는 것이 제 첫번째 일과입니다. 별 것 없는 이 일상에 대해서, 저에 대해서- 기록하고픈 것들이 자꾸 생깁니다.
불현듯 불안이 저를 찾아오기도 합니다. 불안들은 제게 말을 걸어요. "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돈 떨어지면 끝이야." 그럴 때면 창문을 열고 창 밖을 내다 봅니다. 아직 쌀쌀한 아침 바람에 초여름이 아주 조금 들어있다고 느꼈습니다. 바로 어제와는 또 다른 바람입니다.
저 또한 어제와 다른 사람입니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사람. 제가 퇴사원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불안에 지지 않고 원하는 삶을 찾아, 매일 반 걸음이라도 나아갈게요. 퇴사원 주간보고는 그 기록입니다.
*고양이가 수직으로 꼬리를 세우는 것은 행복감과 친근함의 표현이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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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프리 에이전트로 일하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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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겠다고?"
"프리 에이전트로 살아보려고."
"프리..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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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인 버전도, 좀 더 예의를 차린 버전도 있지만, 결국 어찌 먹고 살려고 하냐는 질문이지요. 오늘 퇴사원 주간보고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조금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는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로 살아보려 합니다. 프리 에이전트는, 스포츠 업계에서 통용되던 표현인데요. 보통 FA라고 하지요. 소속팀에서의 활동이 끝나 이제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를 말합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조건으로, 원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라고 확장하여 정의했고요. 더 나아가, 개인의 전문화된 지식·도구를 사용해서 어떤 조직(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적이면서 창조적으로 일하는 개인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회사와 함께 일할 수도 있지만, 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형태. 하나 또는 여러 조직에 속해서 다양한 일을, 자유로운 형태로 할 수 있는 개인이죠. 필요에 따라 회사에 소속되기도 하기 때문에 프리랜서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일하며 지내보려고요.
요즘 고용시장에는 예전과 다른 현상들이 많지요. 많은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하는 대퇴사의 시대를 지나, 그만 두지는 않지만 주어진 일 이상의 노동을 거부하는 조용한 퇴사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뒤이어 인력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연봉 상승율을 축소하는 채용 프리징이 시작되었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하는 레이오프의 시대가 와 버렸지요. 있는 인력도 감축하는 마당에 프리 에이전트라니... 허황된 생각이 아니냐고 묻는 분도 계실 거예요.
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시장환경이 어렵고 대부분의 산업 성장율이 답보하는 상황에서 더 귀한 것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역량있는 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인력들은 몸이 무거워요. 연봉이 높고, 쉽게 움직이지 않죠. 기업 역시 이런 인력들이 상시로 필요하지는 않고요. 프리 에이전트는 근로자와 회사(사용자) 모두에게 이로운 근로형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제약 없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일할 동력을 꾸준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 5일 출근과 같이 고정된 형태로 일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원 이외의 또 다른 정체성으로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마련할 수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고연봉의 전문 인력을 상시로 채용해서 고정비를 지출할 필요가 없죠. 또 채용에 충분한 비용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있는 기업이라도 조건에 맞는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드는 시간비용을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특히 시니어급 인재의 채용에는 최소 몇 개월이 걸리고 때로는 1년 가까운 시간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기업에서 원하는 시기, 원하는 프로젝트에 인력을 활용할 수 없고요.
쓰고 보니 프리 에이전트 홍보대사 같지만, 저는 프리 에이전트로 이제 막 걸음을 떼어 보려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다음 달부터 8개월 간, 일주일 중 이틀은 한 회사의 브랜드 컨설팅과 커머스 구축, 커머스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커머스/라이프스타일 콘텐츠/글쓰기/커리어 개발 같은 분야에서 프리 에이전트로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는 13년 차 경력직이었지만, 이제는 새내기 프리 에이전트니 모든 단계가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열심히 찾아 보려고요(협업 문의 대환영).
회사 핑계로 항상 차순위로 두었던 다음 책 출간과 독립출판물 발행도 차분히 시작해보려 합니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요. 단편소설 쓰기도 배우고 싶고, 영어회화 공부도 하고 싶어요.
조화롭게 살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이 어느 순간 삶을 넘어서서, 그토록 좋아하던 일을 미워하게 되지 않도록요. 어느 날은 불안하고 어느 날은 힘들겠지요. 그래도 나아갈게요.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라는 표현은 레오 버스카글리오의 책 제목에서 차용했습니다.
*출처 : 다니엘 핑크,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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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해음소 : 고사리 브로콜리 파스타
열 번 이상 해 먹은 음식 레시피만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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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원 주간보고 속 새로운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두둥! 쉽고 간편해서 지속가능한 요리는 퇴사원인 제게 늘 중요한 이슈인데요. 이런 레시피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요.
이 코너는 열해음소라고 이름지었는데요. '열 번 이상 해 먹은 음식 레시피만 소개합니다'의 줄임말입니다. (부끄러움은 구독자님들의 몫...) 오늘 열해음소에서 소개할 레시피는, 지난 주에도 두 번이나 해 먹은 고사리 브로콜리 파스타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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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 재료 : 삶은 고사리, 브로콜리, 파, 마늘, 파스타면, 소금, 다진마늘
- 생략가능하지만 더하면 좋은 재료 : 페퍼론치노, 양송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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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콜리를 잘 세척해서 줄기까지 길게 썰어줍니다. 포인트는 송이 부분만이 아니라, 줄기부분도 많이 활용하는 거예요. 줄기를 파스타면과 함께 볶으면 아스파라거스 같은 식감이 나서 좋고요. 줄기에 영양소도 3배나 많대요.
- 마늘은 편으로 썰고, 파는 쫑쫑 썰어요. 고사리도 적당한 길이로 잘라 주세요.
- 기름을 두른 팬에 대파를 먼저 넣고 볶다가 마늘, 고사리를 조금 더 볶습니다. 숨이 죽어 양념이 베인 것 같으면 소금간을 약간 해서 마무리해주면 되어요. 저는 좀 더 간편한 요리를 위해서 무쳐서 파는 고사리 무침을 구입하기도 해요. 고사리 무침이 있다면 이 단계를 생략합니다.
- 파스타면을 삶습니다. 면을 삶을 때도 약간의 소금간을 하고,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남겨두었다가 면을 볶을 때 활용해요.
- 세척해서 잘라둔 브로콜리는 전자렌지에 1분 정도 살짝 돌려요.
- 기름을 두른 팬에 편으로 썬 마늘과 페퍼론치노 약간 넣고 볶아요. 페퍼론치노가 없거나, 담백하게 먹고 싶을 땐 생략해도 괜찮더라고요.
- 팬에 삶은 면, 고사리나물, 브로콜리, 남겨둔 면수 1.5국자를 넣고 볶으면 완성입니다. 이렇게 볶으면 국물이 자작한 스타일의 파스타가 됩니다. 면수의 양은 선호하는 스타일에 따라 조정해주세요.
- 취향에 따라 버섯이나 해산물도 더할 수 있는데요. 여러 번 시도해보니 고사리와 브로콜리까지만 넣었을 때가 가장 조화로운 맛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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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나 시장에서 고사리를 맞닥뜨리면 꼭 모셔 오세요. 이 코너는 이번 주가 끝일 수도, 언젠가 또 불쑥 찾아올 수도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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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보고 요약
퇴사원이라 회장님도 못말리는, 진짜 tmi 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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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일]
✔︎ 한 끼 집밥
하루 두 끼 집밥도 많았다, 그리고 배달음식 0회!
✔︎ 해외여행 준비... 하다가 포기
항공권 알아보다가 여권이 이미 만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됨 > 여권 사진이 없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됨 > 여권 사진 찍을 사진관을 알아 봄 > 여권 신청하면 8-10일 정도 소요된다는 것을 알게 됌 > 스케쥴이 꼬이기 시작함 > 바로 포기 > 역시 소망이가 있는 집이 최고라는 것을 깨달음.
✔︎ 인터뷰집 검수
작년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인터뷰집이 나온다, Coming soon.
✔︎ 글쓰기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글을 썼다. 마음이 후련해지는 글쓰기.
✔︎ 수풀집 마당 잡초 뽑기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다음 주엔 또 다음 주의 잡초가 무성하겠지... 잡초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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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할 일]
✔︎ 소설 쓰기 온라인수업 수강시작
✔︎ 매일 30분 영어회화 공부
✔︎ 인디자인 배우기
✔︎ 새 책 구성안 완성하기 (~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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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주간보고에 많은 구독자님이 답장을 주셨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힘이 났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주, 저는 계획대로 전반적인 재정상태를 정리했습니다. 그러다 '진정한 부자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 번에 하나만 할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밥 먹을 땐 맛있게 먹는 것에 집중하고, 운전할 땐 눈 앞에 펼쳐진 도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요. 제가 생각하는 부자는 호화로운 상차림을 받거나 운전 기사가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눈 앞에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사람. 그게 제가 생각하는 부자입니다.
그렇다면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는 것 뿐만 아니라, 지금을 잘 사는 일에도 열심히 에너지를 써야겠더라고요. 일단 오늘 한 끼부터 집중해서 잘 먹어 볼게요, 부자처럼요! 그럼 저는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주간보고를 보낼게요. 평안한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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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부자지망생 + 퇴사원 김미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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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은 김미리에게 있으며, 출처 표기 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merrymiry)
- 매주 월요일 발행되며, 매주 화요일 브런치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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